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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학년도 완월 6의3반 아이들

1992년 마산 완월초등학교 6학년 3반

 

1992년 3월 1일 - 1993년 2월28일

 

이민철

김도형

김정훈

조종원

박우진

김도연

설현규

김창영

손정환

임용배

이주엽

신   민

이성호

배기문

윤상백

윤성환

김병훈

나상영

박근덕

허정구

박대원

안대은

최정용

이성화

이동현

안동욱

김지은

서지영

전경채

차수경

고유미

서지영

조미주

박인향

윤성경

전선경

권정희

김민지

황혜련

조아라

이정남

김태형

김정숙

이현정

홍희정

이지현

정다운

김법안

 

 

 

졸업을 앞두고 그 해 전부터 만들어오던 `오래기억하기`의 원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것은 1년동안 함께 지내다 헤어지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은 것이었다. 이 해는 약간 그 양을 늘려 친구들이 그 사람에게 해주는 말도 함께 넣었었다.

그래서 그 원고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작업을 하기 위해 컴퓨터에서 그 파일을 불러 내려니까 오류가 났다. 이런 일은 컴퓨터로 글을 쓰다보면 가끔 생기는 일이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워드 작업을 하는 도중 프로그램은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작업 내용을 백업파일로 만들어 스스로 저장하기 때문에 그 파일을 불러내면 되었다. 나는 당연히 그 자동저장된 백업파일을 찾았다. 그런데 그 백업파일이 없는 것이다. 그 당시는 컴퓨터 파일들이 크지도 않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는 용량이 더욱 작았다. 그래서 틈만 있으면 하드디스크를 청소하곤 했다. 당연히 자리만 차지하는 백업파일들도 그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 전날 컴퓨터를 끄기 전에 청소하며 날려 보내 버린 그 파일들 속에는 그것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 뒤 천신만고 끝에 복구한 것이 아래에 남은 것들이다. 물론 미완의 그 글들은 종이에 나타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한쪽에 남아 있었다.

 


 

 

1992학년도 완월 6의3반 우리들

 

 


1

 

마산시합포구중앙동3가4의201성모아파트12동401호☏42-5083

이민철 



운동을 참 잘한다. 특별히 뛰어난건 없어도 이것저것 골고루 못하는 게 별로 없다.

그리고 부끄럼을 몹시도 탄다. 여러 사람 앞에 나서기라도 하면 얼굴부터 빨개진다. 얼굴 원래의 색깔이 상당히 붉어있지만 서서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빛은 몸놀림과 매우 잘 어울린다.

쩔쩔매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는 우리들은 매우 재미있다.

민철이는 큰 키에 대단히 균형 잡힌 몸을 하고 있어 날씬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뜻밖에도 많은 것 같다.


침착하지 못하다. 발표할 때는 여자처럼 수줍음을 많이 탄다. 그때가 매력이다. 취미는 잘 모르지만 아마 스포츠계일거다. 민철이는 운동을 잘한다.

<김태형>


바싹 마르고 키가 크다. 발표를 할 때는 웃기고 장래 희망은 축구 선수인데 민철이와 편이 되지 않으면 항상 망한다.

<임용배>


나는 민철이와 좀 가까와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으나 그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 본 일이 거의 없다. 그건 그가 학교 공부에 대해서 갖고 있는 마음의 억눌림 때문일 것이다.

학년 초에는 그럭저럭 하는 것 같았던 그가 2학기에 들어서는 공부와 담을 쌓는 것 같았다. 수업 시간에는 내 얘기보다는 이웃 사람 거를 더 많이 듣는다. 자기 스스로는 별로 말을 않으면서 시간마다 옆으로, 뒤로 돌아 앉았다. 그리고는 내게 주의도 많이 듣고 나중에는 자연히 눈치만 살폈다. 그게 제딴에는 미안한데다 그 소심한 성격도 한몫해서 내 앞에만 오면 끽 소리 못하고 풀이 죽는다.

민철이가 여러 사람 앞에서 쩔쩔 매는 이유의 첫째가 당연히 그의 성격 탓이다. 조그맣게 쓰는 그의 글씨는 꼼꼼한 그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가장 큰 까닭은 그가 하려는 일에 자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럴 필요가 조금도 없다. 이 세상 사람치고 뭐든 잘 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민철아,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살 좀 쪄라.”

얼마나 살이 않쪘으면 만뱅이(굼벵이)라는 별명이 생겼니?

그럼, 잘 있어.

정용이가.(정용이는 우리들 중에서 살찐 순위 랭킹 1위이다)


 

2

 

마산시합포구자산동동성아파트203호☏44-1161

김도형



처음에는 말도 못하고 지내던 김도형이는 날이 갈 수록 점점 시끄러워졌다. 입의 나불거림이 누구 못지않은 설현규와 짝이었던 탓에 그 증세가 약간 옮았나보았다. 그의 입속에 든, 이빨 줄맞춘다고 얽어맨 철사가 자주 햇빛을 보았다.


도형이는 속이 참 넓다.

우리들이 그에게 하는 웬만한 말은 싱글싱글 받아넘긴다.

남에게 싫은 일은 아예 하지 않지만,

그래서 그게 우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지만,

성내라고 부추켜도 언제나 입은 헤 벌어졌다.


5월 어느 날 도형이 어머니가 오셨다.

도형이 공부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셨다. 뭐 하나 똑똑한게 없다며 애를 태우신다. 사람이 모두를 다 잘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부모로서 워낙 큰 기대를 가지고 보아 그렇지 사실은 도형이도 나름대로 잘하는 게 많다고 그랬다.


도형이는 설현규와 가까이 지냈다. 여학생 누구누구를 빼고는 하여간 남학생 중에서 제일 친했던 사람이 도형이였다. 그러던 현규가 전학을 갔으니 도형이는 오죽 속이 상했을까.


6월 9일 화요일


현규가 전학을 간지 4일이 되었다. 나는 현규가 없어니 심심해서 현규집에 전화를 해보았다.

그러니 다행히도 현규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현규에게 학교에서 있은 일을 말해주니 현규도 서울에서 있은 일을 말해주었다.

나도 서울로 전학을 가서 현규와 같이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다.


그 뒤로 한동안 도형이의 학교 생활은 쓸쓸해 보였다. 그러나 곧 예전의 그로 돌아갔다. 다만 현규와 어울려 지낼 때처럼 덜렁대는 것은 볼 수 없었지만.


나는 커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에 관한 것을 많이 배우겠다.

만약에 내가 과학자가 되면 자동으로 옷을 빠는 세탁기,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보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편리한 생활을 하도록 하겠다.



 

 

3

 

창원군칠원면중리☏42-5118

김정훈



자기 일 열심히 잘하고 그러지만 너무 얌전해서 눈에 잘 띄지를 않는다. 동글 납작한 얼굴에 순박함이 흠뻑 배었다.


얼굴이 둥글고 눈이 크며 입이 째졌지만 오락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 행동은 덜렁거리지만 입이 무겁다.

<최정용>


정훈이는 황혜련을 좋아했다. 둘은 서로 좋아했는데 우리들에게 그걸 숨기지 않았다. 나는 그러는 그들이 참 좋았다. 그리고 부럽기도 했다.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혜련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더냐니까 마음이 착하단다. 그건 맞는 말이다. 우리들 모두 착하지만 혜련의 마음 씀씀이는 더하다.

친구인 박인향이 쓴 혜련의 소개글이다.


눈이 큰 편이라서 귀엽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독서를 좋아한다. 병아리 같은 동물을 약간만 괴롭혀도 우는 아이이다.

나는 언제나 맑고 깨끗한 눈과 착한 마음씨를 닮았으면 한다.


그러니 정훈이가 반할 만도 하겠다.


정훈이는 몸집은 비록 작지만 여러 가지로 어른스러운 점이 많다. 책상 앞에서 앉아 턱을 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사뭇 철학적이다. 안경 너머로의 눈동자가 빛을 낸다.


좌절


학교에 돌아왔다. 할머니는 아들 옆에 신음하며 누워있었다. 나는 옆에 앉아 있다가 잠깐 밖에 나갔는데 ‘아이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작은 아버지께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이 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그때부터 나는 이런 생각을 곧잘 했다.

‘사람이 태어났다가 죽는다는 생각을...... .’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느낌이 이상해진다.



8. 9. 일 맑음


‘ ? ’


참 이상한 일이 생각났다. 이 넓은 우주 속에 나 하나의 존재가...... .

그리고 모든 물건이 모두가 이상하다.

또 사고라는 것을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였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몇 초만 천천히 왔다면 그 사고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차가 몇 초만 빨리 갔어도 사고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 생각으론 사고, 만남 이 모두가 우연일 것이다.


이상한 일

그것은 무엇인가?


이 넓은 우주의

나 하나의 존재

과자, 사탕, 동물, TV, 시계...... .

이 모든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모든 우연

그것은 모두

정해져 있을까?


확실히 정훈이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데가 많다. 그리고 신통하기도 하다.

내가 정훈이 나이쯤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정훈아 안녕.

어느덧 찬 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겨울이 다가왔구나.

6학년 들어 온 때가 1달 남짓 된 것 같은데 벌써 졸업 때가 다가오니까 공부 문제가 걱정이로구나.

아참! 너 이사간다고 했지. 중리쪽으로 거기서 여기까지 오려면 버스 타고 다녀야 되는데 참 너희 아버지가 택시 기사님이시지.

그럼 너희 집에 가서 오락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정훈아 꼭 초대해라. 내가 너희 집에 놀러가서 설운이 집도 갈테니까.

그리고 이번 주말은 어디서 재밌게 보내자.

이만 줄이것다. 이눔아 - .

추신: 네가 중리로 가는게 아깝다. 내가 처들어가 재밌게 놀 수도 있었는데. 하여간 꼬시다. 또 때가 때인 것 같으니 때 좀 베끼자.

그렇게 멀리 가서. 그럼 안뇽!

탁구공, 말미잘, 이기주의야!!

윤성환 씀.


 

 


4

 

마산시합포구자산동한우아파트5동316호☏45-6983

조종원



매일 점심 먹으러 집에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연 실험 시간에 늦어 자기 분단 친구들에게 핀잔을 많이 들었다.

한동안 왼쪽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안대를 하고 다녔다. 무슨 큰 일이 난줄 알았더니 한 눈 팔고 지나가다가 모서리에 받혔단다.


그는 정상인에 비해 조금 뒤떨어지고 용모가 별로 단정하지 않다. 그리고 종원이는 이상한 짓을 좋아하고 바보같다. 그리고 정신 연령이 4세 같이 덜 떨어진 것 같다. 취미라고는 코후비기와 독서다. 독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만화책을 보아서 시험칠 때 아무거나 객도를 때리는 것 같다.

또 우리 반 현 일기부장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아무데나 뽐낸다.

<윤성환>


어린이날 글 써내랬더니 남들은 한 장 채우는 것도 속을 끓이는데 석장이나 써냈다.

마치 소설을 쓰는 듯이 폼을 잡고는.


아침에 이러나 보니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누구냐 하니 효원이 엄마였다. 엄마를 바꿔달라고 하셨다.

나는 무슨 용문인진 모르겟지만 엄마를 바꾸어 주었다.

무슨 용문인지 몰라서 들어보니,

“언니 있잔아요. 종원이 우리랑 같이 낚시가면 않되요?”

우리 엄마가 대답을 했다.

“가도 되지. 어린이날을 망칠 순 업잔이”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무튼 세수를 하고 멋을 내고, 또 내가 어딜 가나 나의 비밀 병기인 총을 가지고 같다. 효원이 집에 가보니 효원이 어머니는 김밥을 싸고 게셨다.

우리는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밖에 나가 쌍망원경도 보았다.

차를 타러 갔다.

한참 기다리니 나래 아버지께서 지프차를 몰고 왔다. 지프차에 타니 나래 요셉이가 있었다. 가다가 오줌이 마렵다고 했다. 내가 말하니 효원이 재봉이도 덩다라서 말했다.

중간쯤 가서 우리는 모두 꼬추를 내고 오줌을 쌌다. ‘쉬 졸졸’ 시원했다. 우리는 바다에 도착해서 와보니 바다가 무척 아름다웠다. 우리는 짐을 풀고 놀았다. 나는 나래랑 같이 바다까에서 조개도 잡고 불가사리도 잡았다.

조금 있다 배를 탔고 낚시를 했다.

멸치를 만이 잡았다. 양식장 위에 많이 떠다녀서 손으로 한 주먹은 더 잡았다.

멸치가 보기보다는 매우 컸다.

우리는 고기 배를 따고 초집에 찍어 먹었다. 맨 처음 먹으니 맛이 없었으나 개속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배를 한 시간쯤 타고 있으니 우리들은 모두 차 있는 곳으로 갔다. 그냥 가는게 아니라 밥을 먹고 조금 더 놀았다. 묵여있는 배를 타고 놀았다. 개속 놀고 있으니 심심하다고 하니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도착하니 16시 30쯤 되었다.

우리는 롤라를 타며 놀았다.

다 타고 어린이날 하루 일고를 마쳤다.


많이 써본 솜씨가 아니라서 엉성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친근한 느낌이 드는 글이다.


종원이는 자기 나름대로 매우 바쁘게 지낸다. 점심 시간에 집에 밥만 먹으러 가는 줄 알았더니 오락실까지 들락거리기도 했다. 나는 다른 친구들의 제보로 이를 알았고 이 일로 종원이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는 공부시간에 자주 바깥을 들락거리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옆 사람과도 속닥거릴 때도 있지만 대개는 자기 혼자서 중얼거린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종원아, 난 상백이야.

매일 보니까 첫 인사는 줄인다.

넌 5학년 때 전학왔다고 하였지. 난 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해.

유머, 키, 언제나 웃고 있는 인상. 나의 커플이라고 생각해. 미안한 말이지만 시골에서 왔다고 했지. 촌사람 같지 않게 잘 생겼고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은 것 같아. 난 너와 1년 밖에 못 지냈는데 벌써 졸업이라니 몇 년 더 지냈으면 좋겠다.

종원아, 한 달, 겨우 그 정도라도 친하게, 항상 웃으며 지내자.

그럼 이만 쓴다.

안녕.

친구 상백이가.


종원아, 그동안 잘 있었니?

나도 잘 있었서. 같은 교실에 있는데 이런 형식을 같추어서 쓰자니 좀 찝집하다. 너와 내가 토요일날 짝이 없어서 같이 앉았잔아. 그날 둘째 시간에 네가 볼펜으로 코를 후비고 있을 때, 내가 장난으로 볼펜의 밑을 쳤잔니? 그때 그 볼펜이 너의 콧구멍 깊은 곳으로 들어 가서 코피가 났잔아. 그때 코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나서 내가 휴지를 때다가 주었잖니? 그때는 내가 너무 미안했어. 그러면 이만 주리께.

다음에 또 편지할께.

안녕.

친구 용배가.





5

 

마산시합포구중앙동3가4번지14통1반☏21-1455

박우진 


공부시간에 책, 공책은 아예 꺼낼 생각을 않는다. 대신 동전만 꺼내서 만지작거린다. 돈을 많이 만지면 거지가 된대도 고쳐지지 않는다. 대단히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돈은 매일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 양손에 번갈아 옮겼다가 세었다가 ......, 지칠줄을 모른다. 그런 것 까지는 제 하는 일이라 못본체해 버려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동전의 무대가 책상 위로 올라오면 그때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지고 만다. 책상을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 맴을 돌다 파르르 주저앉는 그 소리를 견뎌 낼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할 수 없이 못하게 했더니 이번에는 종목을 바꾸었다. 지우개 만지는 일로. 지우개는 여간해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우진이는 어떤 일로 5학년 때에 이미 나와는 아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 일이란게 별로 좋지않은 것이어서 서로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학년 초에는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우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표정도 언제나 굳어 있었다.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도 그러는 그의 행동을 굳이 나무라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다. 차츰차츰 고개가 들려지더니 이제 완전히 제대로 섰다. 그의 입에서 말도 흘러나왔다. 얼굴에 웃음도 배였다. 얼마나 기쁜지 모를 일이다.

그러던 5월 어느 날, 나는 짐짓 떠 보았다.

“야! 우진이 너 때문에 내가 못살겠다. 너 좋아하는 선생님반으로 보내야겠다.”

생각해 보지도 않고 대뜸 싫단다.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5월 26일 - 1학기 중간고사일이다. 수학여행을 갈건지 어떤지를 알기 위해 내 앞에 불러 세웠더니 말을 못한다. 입에 무슨 허연 것을 물었다. 뭐냐니까 손짓 발짓 섞어 끙끙대는 모양새가 엿이란다. 한 입 틀어넣어 입을 제대로 놀릴 수가 없는거다.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진이가 엿을 먹다니. 세상에. 시험 잘 칠거라고 우진이가 엿을 다 먹다니. 우진이가 먹은 엿은 친구에게서 얻은게 십중팔구 틀림없겠지만 어울리지 않는 그 장면이 너무 웃겼다.

집에 돌아갈 때 맨 마지막에 우진이만 남았다. 제 친구 모두 집에 보내고 청소 다했다는 보고를 했다.

“얘, 우진아 이제 공부 좀 해보자.”

“아니요.”

눈을 내리깔고 교실을 나가려는 것을 다시 불렀다.

“내 문제집 하나 줄께. 한 번 해보자.”

“싫어요.”

아직도 우진이는 공부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보다. 우진이는 그래도 솔직하다. 다른 애들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다들 뭐라고 했을까. 아마 속엣말을 하지 않았을거다.

공부 제대로 하고 싶은 아이들이 과연 몇일까.


우진이가 청소에 열심이다. 얼마나 그 일에 열심이었는지 그의 친구들이 그를 당번장에 뽑았다. 그도 그것이 몹시 자랑스러운 것 같다. 전보다 더 잘한다.


우리들이 우진이를 아끼는 생각은 참으로 각별하다. 그도 당당한 우리들의 친구이니 그의 마음을 상하지 않고 자존심 건드리지 않고도 그를 도울 길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애쓴다. 공부와는 아예 담을 쌓은 사람이니 수업시간에 저 혼자 놀고있는 그를 간섭하는 것도 나는 조심스럽지만 제 친구들은 더하다. 어쩌다 그가 지명을 당해서 이야기라도 해야 하게 되어지면 모두들 조바심에 동동 뜬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어 별 것 아닌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인양 모두 눈을 둥그렇게 떠서 놀래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잘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좋아서 모두 박수를 쳐준다. 겸연쩍어 하는 우진이의 얼굴은 잠시나마 붉어진다.

우진이는 행복한 친구이다. 적어도 우리 교실에서는.

그리고,

우리들은 모두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다.


우진이는 키가 작은 편이고 몸은 보통이다. 그리고 장난을 잘 치며 카드나 돈놀이를 많이 한다. 취미는 돈이나 지우개 만지는 것이다. 그러나 공을 잘 받고 야구나 축구를 잘하며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이성화>


우진이와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 나랑 잘 놀기도 하고 카드도 한다. 키가 작고 머리도 나처럼 짧다. 행동은 어린애 같다. 공부시간에 혼자서 매우 잘 논다. 손가락으로 싸움도 하고 옆 사람에게 장난도 잘 건다. 도박에 여러모로 능하다. 장난을 걸고 맞기만 하는데 선생님께 맞을 때는 짝도 꼭 같이 맞게 한다. 꼭 물귀신 같다. 그렇지만 나는 우진이가 좋다.

<신  민>


키는 보통이고 몸은 말랐다. 책임감이 강하지 않다. 취미는 축구라고 한다.

<김창영>


7월 1일 - 1학기 마지막 학력평가일.


실과 주관식 문제 11번.


손님이 우리의 집에 찾아왔을 때


1) 어디 나가서 맞아들이나?

  밖개 나가서 정중하게 모신다.


2) 손님에게 받아서 옷걸이에 거는 것은?

  옷


3) 손님의 신발은 어떻게 하나?

  신발장에 너는다.


참 신통하기도 하지. 무슨 바람이 불어 이런 마음 먹었을까.

다른 어떤 문제든 답을 가려 번호 적는 것 빼곤 아예 할 생각도 안하던 그가 어떻게 이걸 썼을까. 서툴지만 글이라는 것을 시험지에 쓴 우리의 우진이가 참으로 대견했다. 그는 답을 안썼으면 안썼지 남의 것을 보고 쓰지는 않는다.

나는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리고 그 문제는 만점을 주었다.

그도 그것 쓰고 지쳤는지 그 다음 문제부터는 역시 백지 그대로이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시험지를 넘기고 머리를 식히려 창밖을 내다보니 저 아래 그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한쪽 팔을 크게 휘돌리며 걷는 품새가 영낙없는 아기 그대로다.

저렇게 학교를 나서면 내일 학교 올때까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낼까.

그의 집에 한 번 찾아가야겠다.


야구  7. 7. 화


나는 수업을 마치고 야구를 하였다.

그러다가 내가 공을 칠 차례가 되었다.

나는 홈런을 칠 생각으로 공을 힘껏 쳤다. 그러나 그만 파울이 되었다.

나는 정말 창피하였다.


우진에게.

우리 반에서 제일 멋지고 잘 생긴 우진아! 안녕.

네가 제일 멋지고 잘 생긴 것은 나의 가상이지. 내가 너를 이렇게 써 주는 것은 이때까지 내가 이 학교를 다니며 이 반에서 생활해 오면서 네가 내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아서(네가 좋아서 쓴 것이 아님)썼지.

지금 네가 누구에게 편지 쓰고 있는지는 몰라도 네가 가장 소중한 애한테 쓰고 있겠지? 너한테 솔직히 할 말이 없어. 그런데 내가 이 펀지를 쓰면서 내가 너한테 왜 이 편지를 쓰는지 모르겠어. 너하면 내가 너한테 이렇게 편지쓰는 것 참아 주겠지.

조금 있으면 시험, 방학, 졸업이야. 어떻게 이렇게 세월이 빠르지.더 많이 놀고 더 많이 공부해.

그럼, 이만 줄인다.

안녕.

태형이가.


내 눈에 빛친 우진이는 남자답고 잘 생겼다.

그리고 인간성이 좋다.

우진아! 난 너의 단짝 수경이.

몇 주일 동안 짝이 되고부터 난 네가 좋은 친구라 생각해.

항상 남을 사랑하고 감싸주는 성격의 소유자. 그런 너를 탓할 만한 것이 없어. 너와 지냈던 지난 날 무척 신났어.

막상 졸업 생각을 하니 눈물이 고이려 해.

난 너에게 탓하진 않아.

그저 중학생이 되면 모범생이 되라는 그 말 밖엔 없어.

중학생이 되더라도 나 수경이 잊지마.

줄일께.

수경이가.


우진아 그동안 잘 있었니?

나는 우진이 너가 우리 반에서 제일 좋다.

나상영이 줌.


우진아,

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할 말이 있지. 전에 말타기 할 때 네가 내 등에 올라와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다음에 나상영이 타서 팔을 다쳐 아직도 아프다.

그리고 전에 나한테 잘 해 줘서 고맙다.

네 착한 모습을 중학교 때도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부 잘 해라.

이만 줄인다.

안녕 - .

김정훈 씀.

 

(태형과 수경은 둘 다 여학생이고 나상영은 내가 오랑우탕이라 별명 붙인 큰 몸집의 사람이다)


 

 

 

5

 

마산시합포구완월동전원파크아파트1동808호☏25-0001

김도연

 


열대어 가운데에 ‘엔젤’이란 것이 있다. ‘열대어’ 하면 이를 떠올리듯 흔한 것이다. 도연이는 꼭 이놈을 닮았다. 그렇게 잘 생겨서가 아니다. 머슴애가 좀 덜렁대는 구석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는 언제나 조용하다. 마치 엔젤의 몸뚱이 그대로가 천천히 물속을 나아가듯 그렇게 고요하다. 그리고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다.

도연이가 성을 내는 것을 본 사람이 아마 없을 것이다. 모르긴하되 찌푸려 있은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큰 소리로 입을 벌려 웃은 적은 더욱 없었고 그건 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는 하얀 살갗에다 모진 구석이라고는 조금치도 내비치지 않는 인상을 가졌다. 그의 그런 얼굴은 다른 사람에게 대단히 얌전하고 선량한 느낌을 주게 한다. 실제로 도연이가 그런 면이 좀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도연이가 착하고 성실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하나 둘 전해 오는 말들은 그게 아니었다. 적극적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협조할 줄도 알고 자기 맡은 일만큼은 제대로 하려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거다. 청소시간에 게으름을 부리는데다 걸핏하면 줄행랑이라니, 처음 그 고자질을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를 불러 추궁을 해 보니 사실이었다. 그 천사(엔젤이란 영어로 천사를 뜻한다)같이 순하디 순해뵈는 그에게 그런 재주가 있다니. 그기에다 더 기막힌 것은 그의 태도였다. 내가 바락바락 핏대를 세워 따져 물어도 간간히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그의 표정은 잔잔한 호수 그대로이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도 의심스러울만큼 그의 표정은 맑았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혹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도연이는 나보다 키가 크고 얼굴에 쌍거풀이 져있다. 침착하며 말이 적어서 발표할 때도 말이 적어 제대로 발표를 한 적이 없다. 취미는 독서를 즐기며 특활부서도 독서부에 들어갔다. 좋아하는 운동으로는 태권도를 좋아한다고 한다.       

<안동욱>


도연이는 나와 같은 집에 살고있는 친구이다. 도연이의 행동은 얌전한 편이다. 취미는 독서이다. 공부시간에 책을 읽을 때도 있다. 도연이는 운동을 잘하는 편이다.

<허정구>


팽이  7. 12. 일


오늘 팽이를 샀다. 동생도 갔이 샀다.

나는 500원 짜리 사고 동생은 300원 짜리를 샀다. 나는 팽이를 잘 돌리지 못해 동생한테 졌다. 개망신이었다.

동생한테 배우기로 했다.

동생은 팽이를 잘 돌린다. 나는 또 쇠팽이를 샀다. 우리 반 아이들이 모여서 팽이 싸움을 했다. 3등을 했다.



도연이에게.


도연이는 나에게 차 부속품 중간 날개와 됫 날개를 주어다.

그리고 도연이는 반찬도 맛있는 것 싸 와서 내가 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라면도 끌려 먹고 있다. 또 라면에 김치를 많이 너어서 참 맛있었다.

또 도연이 집에 가서 컴퓨터 오락도 하고 컴퓨터 노래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연이 집에서 비디오를 보았다.

참 재미있었다.

이제 이만 줄일께.

기문 씀.


 

 

7

 

서울특별시종로구☏

설현규 


학년 초에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친구였다. 대개 처음부터 그렇게 특별나게 굴면 나중에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 보통인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내가 상대하기 대단히 피곤한 선수였다.

작달막한 키에 딱 맞는 균형잡힌 체구인데 눈이 반짝이듯 빛이 난다. 남의 말을 되받아치는 그의 말 속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들어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그런 냉소적인 태도는 때로 나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하였다.


내 친구 현규는 키는 보통이며 몸은 날씬한 편이다. 행동은 별나며 언제나 말이 많다. 또 취미는 여자 놀리기, 스포츠(농구)가 취민데 여학생 놀리는데에는 따봉이다.

나와 같이 농구를 할 때면 바보라고 놀린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반항끼가 조금 보인다. 그리고 이상하게 웃는 것이 개성이라고 할까.

<조종원>


설현규는 나와는 동생 관계이다. 용모는 단정하고 성깔이 별나고 고집이 센편이다. 취미는 음악 감상과 자전거 타기이다.

<김도형>


학년 초에 학급위원이 되는 걸 스스로 마다했을 때 의아했지만 가정 사정을 알고는 그럴 수 있으려니 생각했다. 현규는 어머니 아버지를 대단히 사랑한다. 나는 그러는 현규가 무척 대견스럽다. 현규의 부모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부모님과는 많이 다르시기 때문이다. 두 분 모두 듣지를 못하거나 말을 할 수 없으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여기에 써야할지 어쩔지로 한참을 망서렸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아직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일부러 알리는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현규가 괜찮을까. 현규의 부모님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슬퍼하지 않으실까.

그 결론은 이렇게 쓰기로 한 것이다.

아직까지 현규의 부모님은 만나뵙지 못했지만 둘러 전해 오는 느낌이 당신들의 그 불행에 이미 초연한 듯한 것이었고, 현규 또한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그릇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현규는 이런 편지를 썼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를 주제로 한 까닭은 아버지가 더 좋아서가 아닙니다.

두 분 다 좋은데 다른 아이가 어머니를 하길래 아버지를 하였습니다.

고마우신 아버지 전 아버지가 존경스럽습니다. 저희를 키우시느라고 고생도 많으시지요. 그래도 아버지는 화를 내시지 않으시고 저에게 잘 해주신답니다.

어떤 때는 너무 좋은 것만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따끔한 충고도 하십니다. 고마운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전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커서 두 분께 꼭 보답하겠습니다.


현규와 두 분 부모님과의 사랑이 눈에 선했다.


이러는 현규도 못마땅한 구석이 더러 있었다. 그 가장 뚜렷한 것이 그의 이기심이었다. 자기만 알지 남의 일에는 무관심한듯한, 어쩌면 그건 지금의 우리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어리석음인지도 모른다.


학년이 바뀌어 처음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을 때,

하루는 내게 와서 이런 불평을 했었다.


“신 민이랑 김병훈이가 청소를 안해요”

“그래서?”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에게 하기 싫으면 너도 하지 말랬더니 시무룩해져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뒤 얼마간 현규랑 그들은 실제로 청소에서 해방되었다. 불안함을 안고.


그러던 현규가 드디어 전학을 가고 말았다.


전학을 갈거라는 말을 벌써 여러 달 전에 하였었지만, 그리고 그것이 정말인지도 알았었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지냈었다. 현규가 인사를 하러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와서 교실에 들어서자 그의 많은 친구들은 울먹였다.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때 몇몇 여학생들은 엎드려 울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눈물이 날것 같아 애를 먹었다. 그리고 그처럼 말 잘하던 현규는 끝내 한 마디도 못하고 고개를 숙여 교실을 나갔다.

그래서 영영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 내내 우리들은 우울했었고 시끄럽던 그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우리들의 교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떠나는 설현규  6. 5. 금 갬


4째 시간 중간쯤 때 일이었다. 앞쪽에 앉은 아이들이 ‘설현규다!’하고 소리쳤다. 난 창문 밖으로 보았다. 설현규가 서 있었다. 현규가 들어와 작별 인사를 나누려 했으나 말을 못했다.

설현규가 가자 여자들이 울었다.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현규가 갑작이 보고 십다.

<손정환>


안녕 - 현규야  6. 5. 금


오늘은 그렇게 까불던 개구장이 현규가 전학가는 날이다. 현규는 4째시간이 끝날 무렵 얼굴을 보였다.

언제 전부터는 현규가 언제 전학가나 하고 궁금하기만 하고 현규가 빨리 전학갔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현규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나까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서울로 전학을 간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샘이 난다.

점심시간 종이 땡땡땡.

모든 아이들은 점심먹기 바쁜데 나와 3명의 아이는 울기 바빴다.

공부시간이 되자 현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이상한 분위기였다.

지금 현규는 무얼 하고 있을까?

공부는 안되고 현규의 얼굴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현규 없는 우리 반은 재미없고 지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반의 귀염둥이 아니 장난꾸러기 2세가 있으니 걱정없다.

장난꾸러기 2세 그 이름 손정환!

현규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현규야! 서울가도 우리 6-3반 잊지마.

<차수경>


현규의 생일  7. 7.


오늘은 7월 7일.

내가 좋아하는 현규의 생일날이다.

선물도 직접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전화를 했다. 다이얼을 하나하나 눌러 현규 집으로 전화를 했다.

받은 아이는 현규였다.

목소리가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현규야 생일을 축하한다.”

“고맙다.”

별 말 안하고 그냥 끊었다. 그래도 현규의 목소리를 들어보아서 기분은 날아갈듯 좋다.

현규가 보고싶다. 그 씩씩한 모습, 잘 생긴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현규야, 네가 너무 보고싶어.’

<차수경>


전학간 현규  6. 5. 금


난 현규가 그렇게 빨리 전학갈 줄은 몰랐다.

4째 시간 때 현규가 왔다. 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현규 앞에서 울면 현규도 울 것 같아서 참았다.

현규가 가고 나니 난 마음놓고 한참동안이나 울었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현규도 울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더 더 더욱 울고 싶었다. 이상하게 현규를 생각하면 막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현규와 같이 놀았던 수학여행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32서지영>


전학  6. 5. 금 맑음


아침에 와 보니 또 설현규가 오지 않았다.

전학 간다고 하더니 정말 갔나보다.

나랑은 관련이 없지만 내 짝 선경이가 구슬같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나도 그런 선경이가 안스러웠다.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 반 여학생 모두가 울었다.

현규가 전학갔으니 잘 살기 바란다.

<윤성경>


전학  6. 5. 금 맑음


오늘로서 설현규가 전학을 갔다.

4째 시간 때 인사하러 왔던데 눈물이 맺혀 아무 말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전부터 전학 간다고 하던데 거짓말인줄 알았던 것이 정말이었다. 서운하고 아쉬웠다. 선생님께서도 서운하신 것 같았다. 점심시간 때 여학생들이 거의 울었다. 나도 울었다. 일기로써 할 말을 다 못하겠다. 편지나 자주 보냈으면 한다.

‘이렇게 떠날께 뭐람!’

서울까지 간다고 하니 이젠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잘 살길 바란다.

안녕!

<전선경>


전학  6. 5 금


현규가 갑자기 서울로 전학가게 되었다. 언제나 활발하고 명랑해서 우리 반의 웃음을 자아내던 현규가 멀리 서울로 가게 된 것이었다.

우리 반은 모두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현규가 교실 문을 나서자 정남이와 지영이가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나는 처음으로 현규가 우는 것을 직접보게 되었다. 2학년 때도 늘 그랬듯이 우는 것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신민이와 정환이는 겉으로는 싱글벙글 하지만 속으로는 서운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나도 서운하기 짝이 없었다.

<조아라>


현규의 생일  7. 7. 월


오늘이 7월 7일.

가고 없는 현규의 생일이다. 여자 아이들은 오늘을 현규를 그리는 날이라고 한다.

어떤 아이는 현규에게 편지를 쓰고 어떤 아이는 현규에게 전화를 걸고. 애정이 너무 심하다. 나도 하고 싶지만 너무 표내는 것 아닐까?

난 용기가 이럴땐 빠진다니까.

신이여 용기를!

히히 내가 이러니 그리스 로마에 온듯 하네?

<이정남>


전학  6. 5. 금 맑음


우리 반에서 아주 별나고 웃겨 교실을 환하게 해 주던 설현규라는 남학생이 서울로 전학을 갔다.

전부터 전학 간다는 소리는 듣고 있었다.

어제 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전학을 가버렸는가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셋쩨 시간에 현규 할머니 어머니가 오셨다. 우리 반 애들은 아주 반가워했다.

선생님께서 교실로 불러 하고 싶은 말을 해라고 하셨더니 할말이 없다고 해서 박수만 치고 현규는 갔다.

그때부터 우리 반 몇몇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아마 모두 교실 친구들에게 재미있게 해주던 애가 전학을 가서 서운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사실대로 서운하긴 마찬가지였고 울었다.

이제 우리 반엔 어떤 애가 전학을 올까?

<이현경>


현규가 전학간 일은 내게 무척 가슴 아린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애가 밉다. 그 날 우리 반 여학생들 체면 불구하고 울어서 전교에 소문났지.

게다가 그 앤 선경이를 좋아했다. 난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운정 고운정 든 현규가 어서 서울 생활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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