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사람
정현숙은 선생질을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노인네입니다. 1972년 12월부터 초등학교를 이 학교 저 학교 옮겨다니다가 2009년 2월에 퇴직을 하였으니 35년쯤 학교에서 살았네요. 아이들에게 특별히 잘해 준 것도 없고 그렇다고 형편없다고 욕을 먹은 일도 없이 그저 보통쯤 되는 선생이었습니다. 이 홈페이지는 그런 저런 학교 생활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어쩌면 자랑스럽기는 커녕 오히려 부끄러움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학교 생활을 들추어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것이 쓸데없는 짓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홈의 다른 곳에서도 쓴 내용이지만 얼마전(2009.11.28)에 어느 학교 30년 전 졸업생들의 재회 모임에 갔었더랬습니다. 가기 전 한 녀석이 전화를 해서 6학년때 우리가 목소리를 녹음해서 나중 동창회때 듣자고 했는데 그 녹음 테이프가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테이프가 어디 있는지는 물론이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 당시의 그림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 테이프를 내놓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싶은 생각에 한숨만 쉬었습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기록도 세월이란 약을 먹으면 지고의 가치를 지니는 보물이 된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처럼은 아니더라도 이 홈에 있는 글과 그림들이 저와 함께 생활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그것으로도 만족하겠습니다.
